220222 팬레터 자다섯 | 작쥬니쏘 페어막 후기

김해진 役 김경수
정세훈 役 박준휘
히카루 役 소정화
이 ⠀윤 役 이형훈
이태준 役 윤석현
김수남 役 이승현
김환태 役 김보현
다정한 해진 선생님과 서로의 또 다른 다정이었던 세훈이와 히카루. 작쥬니쏘 페어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다.
유치장에 있는 이윤을 찾아가 편지를 받으려고 하던 쥬니세훈은 자신을 떠났던 해진 선생님이 죽기 전에 자기를 용서했을지, 아니면 직전까지 자기를 원망했을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네가 죽인 거야, 해진이 형. 그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무너진다. "그 사람이... 그렇게 썼어?"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자기 손으로 가장 아끼던 두 사람을 떠나 보냈던 그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지옥 같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눈을 꽉 감아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꾸역꾸역 꺼내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쥬니세훈은 깊은 외로움을 가지고 있고, 또 두려운 것이 참 많은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비례하는 용기 또한 가지고 있는 사람. 그 용기로 피어난 히카루이기에 세훈이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현실을 외면한다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만나게 될 자신의 '누군가'를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세훈이었다.
"아무도 모른다. 이 곳의 누구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그렇지만 히카루 또한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해를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엄마 이외의 사람으로는 해진 선생님이 처음이지 않았을까.
해진 선생님이 칠인회에 들어오고 세훈은 글 너머 선생님을 곁에서 바라보니 벅찬 마음을 감추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는 히카루. 잔뜩 들뜬 표정과 신이 난 발걸음으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런 쏘카루의 액팅은 세훈에게 해진이란 사람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쏘카루는 마음이 서툰 세훈의 또 다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창구가 아닐까.
"세훈아, 너도 글을 쓴다지? 궁금하네, 어떤 글인지."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세훈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세훈을 궁금해하는 해진. 해진에게 펜을 받은 세훈. "저 이걸로 꼭 써 올게요." 펜을 받을 때 쥬니세훈만의 디테일인 이 대사는 들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해진이 자신에게 주는 시선과 마음을 허투루 느끼지 않는 게 느껴진다. 쏘카루도 마찬가지다. 손을 뒤로 감추어 해진에게 다가가는 쥬니세훈처럼 창호지 뒤로 사라지는 쏘카루의 그림자 또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 벅찬 마음으로 손을 뒤로 감춘 채 사라진다.
해진에게 히카루의 이야기를 듣는 세훈의 감정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쥬니세훈은 가볍게 표정으로 표현했다. 히카루를 생각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곧 자기를 향한 마음이라 생각해 기뻐하다가도 번뜩 정신을 차리는 쥬니세훈. 그리고 해진의 감정이 깊어진 것을 깨닫자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이때 쥬니세훈은 자신이 히카루임을 고백했을 때 해진이 혹시나 실망할까 봐 말을 하지 않은 것보다 정말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모른 채로 고민만 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그런 표정이었던 것 같다.
오늘 가장 새롭게 느꼈던 건 쥬니세훈의 '신인탄생'과 작해진의 '뮤즈'와의 연관성이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히카루'에 대한 칭찬과 사람들의 평을 듣는 쥬니세훈의 표정은 어리둥절했다. 글을 쓰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의 작품이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간 것.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 작품에 숨어 있는 깊이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닌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는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서도 있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던 한 명의 독자(해진)에게도 정체를 숨기고 있는 세훈이 그들에게는 정체를 알릴 필요성 조차도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 사이에서 히카루가 건네고 사라진 신문지를 펼쳐 얼굴을 숨기는 쥬니세훈. 그런 쥬니세훈의 디테일은 언론과 세상이 던지는 궁금증을 피해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숨는 것 같았다.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꿈꾸던 그때와 다른 이 현실을 쥬니세훈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뮤즈'에서 작해진 또한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작해진은 편지 봉투 위 光(발신인)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편지를 꺼내어 읽고 또 읽는다. 작해진은 히카루를 편지를 주고받는 한 명의 독자 그 이상, 뮤즈 그 이상의 무언가로 이미 가슴 깊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해진이 형, 그거 그냥 변덕일 거요."
"아니오, 수남이 형. 형은 모르오."
칠인회가 말하는 사랑, 뮤즈, 고독 그 이상의 감정을 말이다. 작해진은 칠인회에게 자신이 가진 감정을 이해받지 못했다. 사실은 해진도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알아야만 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서로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던 둘이어서 서로의 빈곳을 채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해진에게 뮤즈를 만난 것이라며 말하던 형윤은 쥬니세훈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작해진이 앉아 있던 책상 앞으로 데려가 앉힌다.
"너도 언젠간 뮤즈가 찾아갈 거다."
형윤이 쥬니세훈을 앉힌 책상 뒤로 작해진은 쥬니세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훈은 해진을 바라보지 않아도 그가 자신의 뮤즈임을 알고 있지만, 해진은 그런 세훈을 앞에 두고도 그이가 자신의 뮤즈인 줄 모르고 있었다.
'뮤즈'에서는 작해진만의 또 다른 디테일이 있다. 바로 해진의 책상 뒤에 자리잡고 있는 거울을 이용한 것인데, 현실을 외면하고자 할 때 그 거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세훈이 히카루와 소통하는 그 창구에서 해진 또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그 거울을 이용했던 게 아닐까. 세훈에게서 히카루의 모습이 보이자 곧바로 몸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는 해진은 안경까지 벗어버리며 시야를 차단한다.
'섬세한 팬레터'에서 히카루에게 마지막 편지를 받은 작해진은 답장을 쓰고 세훈에게 편지 배달을 부탁한다. 이때 "이런 나라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작해진의 디테일을 보면서 느낀 건, 이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 주는 히카루를 위해 남은 생을 그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겠다 약속하는 것 같았다.
"날로 꺼지는 몸. 악몽 같은 나날.
이 괴로움을 잊게 해 주는 당신을 잃을까 두려워서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이런 나라서 미안합니다."
그이가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고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태워 그이의 바람을 이루어 주어야지. 이게 바로 그이가 바라는 '사랑'이라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까지 함께 해 주겠다 말하는 그이를 위해 검은 방에 들어가는 작해진을 보며 그의 다정함에는 자신이 포함되지 않음도 알려 주고 있었다.
"당신을 이해하는 사람 나뿐이야.
다른 사람은 필요없어."
쏘카루와 함께 해진의 작품을 보며 황홀감을 느끼고 죽어가는 선생님을 뒤로 한 채 원고지만을 바라보는 쥬니세훈. 그 곧고 바르던 자세는 원고지에 얼굴을 처박느라 몸이 잔뜩 웅크려진 채 쾌락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히카루의 목소리로 듣던 해진에게 보낸 답장은 이어서 세훈의 목소리로 퍼지게 된다. 그게 결국은 정신이 혼미해져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해진의 혼동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쥬니세훈은 검은 방에 들어가 원고지를 찢을 것처럼 글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쓴 글을 허겁지겁 손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진과 함께 쓴 원고지를 품에 안고 덜덜 떨며 뛰쳐나와 하늘을 보며 웃었다. 그때 쥬니세훈의 표정은 황홀감에 활짝 웃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쥬니세훈의 뒤에 숨어 얼굴을 찡그린 채 겁이 나는 듯한 표정으로 작해진을 바라보던 쏘카루는 해진의 "모든 걸 버릴 수 있어." 라는 얘기를 듣자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선생님을 보며 쥬니세훈도 함께 웃기 시작한다.
이제 자신들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 없어지고 오로지 둘만 남은 공간에서 편지가 아닌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벅찬 마음에 몸을 들썩이며 웃던 쥬니세훈은 원고지를 선생님께 건네지만 쏘카루가 원고지와 선생님을 데리고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남겨진 쥬니세훈의 표정은 짧은 순간에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공허함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쏘카루는 히카루가 세훈의 두려움 또는 결핍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히카루라 생각한다. 세훈보다 존재감이 큰 느낌. 그 이유는 사연 세 명의 히카루 중 가장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표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세훈이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세훈을 이끌고 또 그를 뒤에 둔 채 앞서는 느낌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뒤에서 쏘카루도 세훈과 같이 두려움이라는 것을 같이 느끼고 같이 걱정하고 함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함께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런 쏘카루의 존재감은 '별이 빛나는 시간'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만 만들어진 쏘카루는 쥬니세훈에게 '뭘 죄책감을 느끼고 그래. 평소처럼 우린 글만 쓰면 되는 거야.' 라고 전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계속 세훈의 시야에서 해진을 몸으로 가려버린다.
항상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던 세훈이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그 상황은 쏘카루에게는 자신이 거부당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자신이 버려질까 봐(=사라질까 봐) 초조해하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해진 선생님을 쫓는 세훈을 보면서 쏘카루는 자기 존재의 위태로움만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나와 함께 했던 세훈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닐 텐데.'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때 작해진의 디테일도 좋았다. 조명으로 커져 작업실 안을 가득 메운 세훈이랑 히카루 그림자를 보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머리를 감싸기도 하고,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훈과 히카루가 서로의 손을 내칠 때 뺨을 맞은 것처럼 고개를 확 돌려버리기도 했다. 누구의 그림자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헛으로 내치는 손길에도 진짜 맞은 것처럼 표현하는 것을 보고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약을 사러 나가는 세훈이를 한 번 더 막아서면서 짓는 표정 역시 쏘카루는 불안해 보였다. '아니지, 세훈아? 아니잖아.' 표정으로 자신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느낌이었다. 항상 자신과 하나였던 세훈이 자신과 점점 분리가 되어 가는 과정속에서 쏘카루는 분노가 아닌 낯선 느낌과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쥬니세훈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원고를 완전히 구겨버린 후 그걸 쏘카루에게 거칠게 쥐어주고 나갔다. 여기서 한 번 더 쏘카루가 주체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쏘카루가 세훈에게 받은 원고지를 그냥 바닥에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쏘카루는 지금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과 함께 같은 길을 바라보던 세훈이 해진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길과 멀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에 글로 자신과 다시 하나가 되기를 유인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훈이 자신이 히카루임을 고백하기 위해 건네는 편지를 읽던 작해진은 히카루라고 말하는 세훈을 보며 "정세훈."이라 대답한다. 그리고 세훈을 꿋꿋이 외면하던 작해진은 쥬니세훈이 한 번 더 "제가 히카루예요." 라고 하는 말에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때 쥬니세훈의 표정은 잔뜩 놀란 표정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사실 용서를 바라는 건 아니었을 거다. 자신과 오래 함께 했던 또 다른 마음을 죽인 그 상황에서도 '히카루'라는 존재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선생님을 더 죽이는 길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던 세훈은 오로지 선생님의 상처를 위해 고백하는 것만 같았다. 공허한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잔뜩 웅크려진 몸으로 해진에게서 받았던 편지를 꼭 쥐고 죄책감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제가 다 이렇게 만들었어요."
작해진 또한 쥬니세훈과 같이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진 편지를 바닥에 두고 흩어진 원고로 편지를 묻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사람처럼 울며 원고지로 거칠게 편지를 묻어버린 후 비틀거리며 작업실을 벗어났다.
글속에 숨은 자신을 알아 봐 주던 그 편지를 함께 쓰던 글 밑으로 완전히 숨겨버린 작해진은 이제 완벽히 자신과 함께 그들의 시간을 수면 밑으로 묻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젠 완전히 혼자 남게 된 쥬니세훈은 자신의 앞에서 가라앉은 편지를 보며 함께 어둠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해진의 편지'를 읽으며 쥬니세훈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혼자서는 울음소리를 낼 수 없는 세훈이 같았다. 울음소리는 세훈이의 속 안에 가득 차 있을 텐데, 그것을 바깥으로 표출할 수 없는 것 또한 표현의 창구였던 히카루를 잃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해진과 히카루가 죽고 난 후 세훈은 계속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에서 쥬니세훈은 머리 감싸며 "아니야. 아니야...."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해진이 남긴 편지와 원고는 마지막 자신의 앞에서 잔뜩 구겨졌던 원고의 모양이 아닌 곱게 잘 포장이 되어 있는 원고지였다.
"미안하다. 이런 나라서 미안하다."
해진과 세훈. 그리고 히카루까지. 너무나 여리고 서로를 과하게 소중히 생각하다 보니 그 속을 서로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 발자국만 더 멀리 서로를 바라보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는 그런 그들이었기 때문에 죽기 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이를 만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히카루가 있었기에 자신의 봄을 찾을 수 있었던 세훈과 세훈이 있었기에 소중함이란 감정을 알게 된 히카루. 결국 자신의 소중한 봄을 스스로 바라보게 된 세훈이. 그리고 그런 세훈이 있었기에 적어도 외롭지 않은 슬픔을 안고 살 수 있었던 해진까지. 그 셋은 서로에게 불확실하지만 아름다운 봄이었을지도 모른다.

뿌리를 잘못 내린 듯 아무도 축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와 나의 봄은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