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헤드윅 리뷰

211015 헤드윅 자열넷 | 뀨드윅 려츠학

써밋로그 2022. 1. 24. 17:51


Hedwig | 이규형
Itzhak | 김려원



얼마 남지 않은 관극 때문에 평소에는 대사와 몸짓에 집중하며 관극했었다면 이번 관극은 오로지 표정에만 집중해 관극했다. 다른 배우들과 또 다르게 뀨드윅은 친절한 내용 설명보다 표정 연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문득 받았었기 때문이다.

사실 헤드윅 극 자체도 친절한 극이라고 평가가 되는 극은 아니다. 그래서 대사량이 어마무시하며 각 배우들마다 자신만의 친절한 설명과 느꼈던 감정들을 말로 설명해 주고는 하는데, 뀨드윅은 관객에게 설명해 주는 이야기와 표정과 말이 전부 다르다.

특히 나는 그걸 모순적인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위기너에서 노래 한마디에 수십 번 표정이 바뀌는 모습에서 많이 느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표정은 즐겁지 않고, 자신을 비하하면서도 웃고 있던 표정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전 관극들보다 더욱 뀨드윅과 뀨토미의 관계성에 가장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그 관계성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려고 한다.

토미는 많이 어렸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뀨드윅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뀨드윅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신이 아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에게 알려주길 권한다. 난 이것이 단순 사랑 고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뀨드윅은 한셀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사회의 약자이며 소수자인 삶을 살아왔다. 그런 사람에게 권력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의 자식이 그 권력을 경멸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순간은 핍박 당하고 압박 당하며 살아온 뀨드윅에게 든든한 편이자 아주 큰 방패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같은 소속에 속해 있는 사람에겐 연민을 느끼지만 다른 소속에 있는 사람이 날 이해하는 순간 존재의 인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뀨드윅 스스로 토미를 자신의 반쪽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반쪽을 찾는 것과 그렇게 만드는 것은 다르니까. 그리고 지금은 토미에 대한 배신과 상처와 집착이 커지면서 반 정도를 차지하던 토미가 뀨드윅의 전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만 토미를 중심으로 뀨드윅의 인생이 흘러가게 된 것이고 맨정신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간신히 먹고 사는 생활을 하며 뀨드윅이 삶의 끈으로 붙잡은 것은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의 첫 음악의 지표는 곧 자신에게서 토미에게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에스프레소 바에서 Wicked little town을 부르던 뀨드윅이 중간에 토미를 발견함에서부터 그게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뀨드윅이 마음의 거울을 통해 바라본 한셀을 생각하며 쓴 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길 잃고 헤매는 당신. 따라와, 나의 속삭임. 굽이진 길들을 돌고 돌아 만들어진 게 겨우 지금의 본인이라도 차가운 도시에서 길을 잃고 있을 한셀에게 혹시나 닿을까 하는 마음에 해 주고 싶은 말들과 위로는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대상은 어리숙한 토미로 바뀌게 된다. 자신의 소중한 어린날의 한셀을 그렇게 또 한 번 접어두고 토미를 위해 손을 내미는 뀨드윅은 어떤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는 내가 감히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번 토미의 위킫맅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크게 와닿았고 그만큼 허탈함도 컸다. 뀨드윅이 이끄는 길을 걷고 사랑을 얻어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그가 뀨드윅을 위로하며 용서를 구해도 이제는 늦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았기 때문일까. 처음 뀨드윅에게 사과를 권했던 눈빛과 용서를 구하던 토미의 눈빛이 참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순간 만큼은 그가 뀨드윅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날 이끌어 줘서 고마워요. 그 차갑고 어두운 곳에 혼자 두고 와서 미안해요, 헤드윅.




불이 꺼진 펩시 안을 바라보던 뀨드윅은 몸을 돌려 어린 한셀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음악인 마이크를 줍고, 헤드윅으로 변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손톱을 지우고, 마지막으로 가발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잠깐 고개를 돌려 슈크슈프를 보며 한 번 웃더니 바로 울음이 터지고 만다.

그 웃음은 어떤 의미의 웃음이었을까. 이제 다 끝났어라는 후련함 반 속상함 반에서 나오는 웃음 같았다.

그렇지만 후련해 봤자 한순간에 찾아온 허탈함보다 클까. 몇 년이다. 몇십 년을 살아온 인생에서 자신의 전부를 준 토미에게 몇 년동안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고 있다 생각하며 살아온 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그 상황이 뀨드윅을 얼마나 허탈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이기적이지 못한 뀨드윅은 그 작은 품 안에 꽁꽁 안고 집착해 오던 것들을 하나씩 놓아 주기 시작한다. 이츠학을 보내 주고, 마이크를 미련없이 바닥으로 던지듯 놓아버리고, 기지개를 켜며 한발한발 힘을 주며 걷는 뒷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이번 믿나 도입부는 처음으로 뀨드윅이 현재 자신 스스로에게 해 주는 말로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뀨드윅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강하다는 의미는 내면에 힘이 강하다는 뜻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사람을 증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을 더 사랑하고자 하는 신보다 더 대단한, 정말 따뜻한 사람이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극을 보며 헤드윅이 저 사람들에게 줬을 그 사랑을 자신에게도 조금만 나누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내 감정들은 믿나에서 온전히 자신을 위해 노래하는 뀨드윅을 바라보며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뀨드윅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결국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나라는 것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