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dwig | 고은성
Itzhak | 제이민
가장 씩씩하고 가장 용감했던 고드윅의 마지막을 기록하려 한다.
고드윅은 극 중 내내 특유의 과장된 웃음으로 자신의 상처를 숨기곤 한다. 그 웃는 표정은 정말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굉장히 자조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웃음은 곧 극이 진행되는 내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펩시 문이 열리고 토미의 콘서트 멘트를 들으며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우리에게 설명해 주며 웃는 고드윅.
"끝까지 저를 믿어 주고 제 편이 되어 준 누군가...."
토미의 멘트를 드던 고드윅은 "누군가" 의 부분에서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 입모양으로 크게 "여러분~"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항상 같은 레퍼토리였던 토미의 멘트가 바뀐 것을 알고 고개를 돌려 펩시 안을 바라본다. 그 누군가가 혹시나 자신일지, 토미가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말해 줄지 하는 기대감에 몸이 잔뜩 굳어 있던 고드윅은 끝내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토미의 테어미를 얼마 듣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토미의 노래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멘트까지 전부 외워버렸다며 직접 불러 주기 시작했다. 고드윅은 토미를 놀리며 토미의 테어미를 불렀지만 토미가 음악하는 모습, 공연하는 모습을 모두 말없이 지켜봤을 고드윅의 모습 때문에 나는 절대 그냥 웃고 넘기지 못했다.

고드윅의 오븐은 한셀의 꿈과 행복들이 담겨 있는 곳이다. 자신의 소중했던 꿈들을 들려 주고 난 후에도 오븐을 닫지 못하고 오븐에 붙은 자신이 동경했던 락커들의 사진을 손으로 하나씩 하나씩 만지며 행복하게 웃던 그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너무나도 순수하게 음악만을 사랑했던 어릴 적 한셀을 그리워하던 순간이었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어떤 꿈을 가지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를 조금도 잊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 소중했던 꿈이 퇴색이라도 되어 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그것을 모아 간직하는 느낌.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
When I was young I'd listen to the radio
어렸을 때 나는 라디오를 듣곤 했어.
Waitin' for my favorite songs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기다리며.
When they played I'd sing along, it made me smile
그 노래들이 나올 때 나는 따라 불렀고, 그건 나를 미소짓게 했어.
그 꿈의 공간을 회상하던 고드윅에게 그 공간을 만들어 준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고드윅에게 자신의 삶을 주며 내 아들 한셀이라 불러 준 그때부터 고드윅은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엄마가 만들어 준 그 모습을 지금까지 자연스레 유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엄마의 이름과 여권을 자신에게 주면서 엄마는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래서 엄마가 들려 준 이야기로 만든 노래인 오리진을 부를 때 고드윅은 누군가를 한가득 그리워하는 표정이다. 신들의 이야기가 끝난 후 잔잔한 반주와 함께 조명에 감싸진 고드윅은 어딘가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노래를 부르던 그 6분 동안은 고드윅이 그 노래에 숨어 마음껏 엄마를 그리워하고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혼자 남겨졌던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을 떠올리는 고드윅.
"그때 난 엄마를 지우고, 루터를 지우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어요."
엄마와 루터로 인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포를 느끼던 고드윅.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음을 받아들이는 고드윅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힘없이 늘어진 선물 상자 위로 던져진 가발을 보며 말한다.
"나의 구원, 나의 지옥... 나의 헤드윅."
나의 헤드윅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고드윅. 자신을 그곳에서 구원해 준 지옥에 순응하는 고드윅의 웃음은 너무나 자조적이었다. 엄마의 삶을 빼앗고, 사랑하고 동경하는 음악을 위해 자신의 한 가지를 포기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외로움. 보고 싶은 엄마도 없고, 그저 평범하게 음악을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을 저 높은 하늘로 떠오르게 하고, 결국 땅까지 떨어트린 그 가발은 고드윅의 구원이자 지옥이었다.
고드윅은 트레일러에 들어가기 전 제츠학에게 "You're turn!" 이라고 말하며 들어간다. 고드윅에게 제츠학은 백업 코러스 그 이상을 넘어 암묵적인 그의 동료임을 알 수 있었다. 고드윅이 선택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음악을 하는 그 순간에 그 둘은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제츠학에게는 앵인과 다르게 다른 마음도 존재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제츠학을 만났던 얘기를 해 주던 고드윅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드윅을 노려보는 제츠학에게 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상태로 여권을 찢어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다시는 가발 쓰는 이딴 짓 하지 마."
꼭 나처럼 살지 말라는 의미로 들리지만 결국 제츠학에게는 협박과 구속에 지나치지 않은 말이었다. 고드윅에게 가발은 지옥일지 몰라도 제츠학에게 가발은 또 다른 의미일 거라는 것 조차 모를 정도로 고드윅에게 가발은 정말 끔찍한 지옥이라 느껴졌다.
닥터 에스프레소 바를 회상하며 재연하는 고드윅.
"아름다운 밤이죠? 하지만 때론 잔인하기도 해요."
토미와 만났던 그날 밤, 아름답지만 잔인할 정도로 아팠던 그와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 고드윅의 위킫맅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맑았다 흐린 날처럼 오르고 내리는 인생. 우리네 삶은 돌고 또 돌지."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고드윅은 자신의 노래를 들으러 온 토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허한 마음에 상처만 가득한 그 곳을 눈 녹이 듯 녹여버리는 토미의 검은색 눈동자에서 고드윅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세상은 잔인한 무대. 후회는 패배자의 넋두리일 뿐."
아직 다 치유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 저 어두운 곳에서 혼자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고드윅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으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보고 있는 검은색 눈동자를 외면하게 된다면 그것도 자신에겐 후회로 남을 거라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시 한번 사랑을 해 보고 싶게 만든 그 용기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잔인했다.

트레일러 씬에서 고드윅과 고토미의 웃는 모습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상체가 살짝 굽어 있는 듯한 어정쩡한 모습의 고토미와 크고 듬직해 보이는 고드윅. 아마도 이들의 크기는 그때 당시의 마음의 크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게 많은 토미에게 고드윅은 너무나도 큰 사람이었을 것이다.
바보처럼 헤헤 웃으며 대답하던 토미를 흉내내는 고드윅이 토미의 손을 맞잡았다 말하던 순간이었다. 토미가 자신의 반쪽임을 깨달은 고드윅은 그 이후부터 연기가 아닌 회상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오른쪽을 바라보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하던 토미. 그리고 왼쪽으로 돌아 토미를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던 고드윅이 눈물을 흘렸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고드윅은 자신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토미를 보며 그저 사랑 뿐만이 아닌 다른 뜨거운 감정들이 느껴졌을 것이다.
"피 흘리지 않은 나의 눈, 피 흘리지 않은 너의 얼굴.
조각난 줄 알았던 내 심장이 다시 뛰고 있었어요."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고드윅을 다시 사랑하고 싶게 만든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금씩 고드윅의 마음속에 스며든 존재라는 것을 너무나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람.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지 않아도 그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람. 하지만 그래서 더 잔인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숙제를 알게 된 토미가 뒷걸음질 치고 토미를 붙잡던 고드윅은 마이크를 지나쳐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토미 이름을 크게 부르며 울부짖었다. 무대를 하며 단 한번도 토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던 고드윅이 처음으로 토미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토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의 존재를 외면하며 살아가던 그가 현실을 마주했던 것이다.
몸을 돌려 감정을 추스르던 고드윅은 롱그립의 반주를 몇 번이나 멈추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자리를 다시 한 번 제츠학이 채우게 되었다. 고드윅의 자리를 채워 롱 그립을 부르는 제츠학의 눈빛은 달랐다. 어딘가를 노려보는 사람처럼 분노가 가득찬 눈빛이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내내 제츠학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제츠학과 고드윅의 관계성을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자면 친구나 동료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주 조금 결이 비슷할 뿐, 절대 그 단어로 대체할 수 없지만 그들의 관계는 그랬다.
서로가 서로의 등에 기대어 아무도 모르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도 그들은 모를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울부짖는 고드윅의 모습을 보며 제츠학은 무슨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렸을지 궁금해진다. 단순한 토미에 대한 분노? 이런 식으로만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자신의 처지? 병신 같고 기구한 그들의 처지?
가발을 바꿔 쓰고 나온 고드윅은 제츠학이 있던 곳으로 가 차갑고 낡아빠진 의자를 보다 시선을 제츠학에게로 바꾼다. 이곳에 앉아 항상 노래를 부르던 제츠학의 뒷모습이 낯설고, 또 크게 다가오진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고드윅이 시작도 하지 못한 노래를 온 마음을 다 해 대신 불러 주고 있는 제츠학의 모습을 고드윅은 한순간도 빼지 않고 바라보았다. 노래가 끝나고 들어가는 제츠학의 팔을 잡아서 세운 고드윅은 제츠학을 나란히 바라보며 얘기한다.
"우리가 반쪽이 될 수 있을까?
신들도 두려워했다던 그 권력 가질 수 있을까?
이츠학, 나 좀 안아 줘."
제츠학은 그런 고드윅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았다. 잠깐의 정적속에서 시선을 내리고 있는 고드윅과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제츠학의 시선 처리는 잔뜩 어긋난 고드윅의 절박함 같았다. 매번 제츠학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하던 고드윅과 고드윅의 억압에 눌려 수긍의 의미로 눈을 피해야만 했던 제츠학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드윅을 안아 주지 못하고 고드윅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 준 제츠학은 그대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멀뚱히 선 채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고드윅은 라멘트를 시작한다.
비죽비죽 웃으며 실성한 상태로 라멘트를 부르던 고드윅.
"한조각은 엄마에게."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먹이며 노래한다.
"한조각은 애인에게."
덤덤하게.
"한조각은 날 버린 락스타에게."
마지막은 거의 본연의 목소리로 목을 긁으며 노래를 끝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익스퀴짓에선 가발과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토마토를 터트린 고드윅이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저 앉아 오열하며 끝이 났다. 조명이 다 꺼지기 전까지도 그만, 그만, 그만, 그만! 을 외치며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리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절박해 보였고, 고드윅을 본 모든 순간 중 처음으로 나약한 모습이었다.
어두운 무대 위, 펩시 안에서 들려오는 토미의 위킫맆. 고토미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 다른 토미들과 다르게 이런 멘트로 시작한다.
"여러분, 잠깐 조용히해 주실래요. 헤드윅 그녀가 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고토미의 위킫맆은 첫 시작부터 온전한 헤드윅을 향한 노래였다. 보여 주기 식으로 부른다는 의심을 그 조금도 할 수가 없었다. 토미가 등장하는 실루엣은 트레일러 씬 때 고드윅이 보여 줬던 토미 특유의 걸음걸이와 같았다. 살짝 굽은 상체와 어정쩡한 걸음걸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토미는 계속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시선을 다양한 곳으로 돌리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아웃트로가 나오자 마이크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토미는 이렇게 속삭였다.
"고마워요, 헤드윅."
그리고 이어서 그때 그 트레일러 안, 고드윅 앞에서 지어보이던 그 행복했던 웃음. 고드윅과 아주 닮았던 그리고 고드윅이 좋아하던 그 웃음을 보여 주며 노래가 끝이 났다. 어쩌면 헤드윅과 함께 부르던 이 노래들로 당신이 떠난 뒤에도 나는 당신의 노래를 부르며 계속 헤드윅 너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았고, 또 어디에서라도 자신을 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고드윅은 불이 꺼진 펩시 안을 바라보다 제츠학 앞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앵인을 보더니 널브러진 가발을 줍는다. 가발을 예쁘고 소중하게 빗던 고드윅은 이내 가발을 자기 심장 부근에 대고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 상태로 일어나 믿나를 시작하는 고드윅. 노래를 부르며 가발을 좀 더 꽉 끌어안던 고드윅은 이내 가발을 제츠학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었던 제츠학처럼 가발을 들고 울고 있는 제츠학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넌 하늘 저편 밝은 별. 들려오는 소리 Midnight radio."
소중하게 가발을 끌어안던 그 심장 부근으로 제츠학을 끌어당겨 꽉 안은 상태로 노래를 부르는 고드윅. 그런 고드윅의 어깨를 작은 손으로 토닥여 주는 제츠학. 자신의 심장으로 끌어안던 가발과 제츠학. 사실 그 의미는 행동과 반대로 이제 자신의 곁을 떠나 보내 주기 위한 마지막 인사는 아니었을까.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었던 가발과 제츠학에게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기억하고 있던 토미에게 마지막까지 용기를 주고자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고드윅.
사실은 텅 비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과 자신이 지웠다고 생각했던 그 곳에 다른 시간과 다른 추억들이 쌓여 그를 채웠던 건 아니었을까. 자신에게 다시 한번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그 순수하고 행복했던 토미의 웃음을 보며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드레스업을 하고 나오는 제츠학. 고드윅과 무대 중앙에 나란히 선 채로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고드윅이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제츠학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자리를 내어 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곁을 함께 해 준 감사의 의미와 내가 떠나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웃음 같았다. 제츠학을 지나치던 고드윅이 잠깐 멈춰 마이크를 내려두고 부츠를 벗어 시원하게 옆으로 던진 고드윅은 다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강하게 내딛던 고드윅은 벽 사이에 도착했을 때 자세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토미의 자세로 바꾸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둔 고드윅은 토미처럼 자신만의 자유를 찾았다는 것을 뒷모습으로 보여 줬던 건 아니었을까. 또는 고드윅으로부터 성장했던 토미처럼 자신도 헤드윅의 인생을 살며 여태 저 안 깊은 곳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던 한셀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을 표현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 같은 세상 어지러운 이 밤.
공연장 불빛이 꺼지면 우린 외로워, 우린 지쳐.
슬픔에 터질 것 같아. 이제 여행을 떠날 시간."
고드윅의 컷콜은 항상 무대가 끝난 뒤 관객을 위한 노래로 시작한다. 고드윅과 제츠학은 동등한 선에 발을 맞추어 나란히 아주 행복한 얼굴로 노래한다. 서로의 마이크 바디를 크로스로 맞대어 두 명의 목소리가 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온전히 그들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 같았다.
컷콜이 완전히 끝나고 제츠학은 마이크 스탠드를 중앙으로 가지고 나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드레스업을 한 그 상태로 Shallow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드윅은 제츠학의 자리에 앉아 흐뭇한 얼굴로 그의 뒤에서 백업 코러스를 넣어 주었다. 노래가 다 끝나기 전에 제츠학에게 다가간 고드윅은 제츠학의 눈물을 닦아 주고 마이크 하나를 사이에 둔 상태로 고드윅과 제츠학은 행복한 얼굴로 함께 노래했다. 그리고 아웃트로와 함께 마이크에서 멀어지는 고드윅. 제츠학의 온전한 마무리를 위해 자리에서 떠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나에게 제츠학이 고드윅과 분리된 후 고드윅과 함께 했던 콘서트에서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고드윅을 그리워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곁에서 노래를 불러 주는 것 같은 환상, 고드윅의 목소리, 그리고 옆을 돌아보면 함께 노래하고 있을 것 같은 고드윅의 모습. 동료와 우정 그 이상의 감정에서 제츠학이 노래하는 그 삼 분 동안은 온전히 고드윅을 그리워하는 시간이었다.
헤드윅과 이츠학의 관계성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고드윅과 제츠학의 관계성은 너무나도 유일했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노래하고자 했던 순수한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려고 노력했던 고드윅. 음악과 자유를 갈구했지만 나중엔 고드윅과 음악을 함께 했던 그 시간도 사랑했던 용기 있는 제츠학.
고드윅과 제츠학의 무대는 노래를 부르는 그 시간 동안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추억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할 수도 있는 아주 솔직한 순간들이었다.
헤드윅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준 고드윅과 부드럽고 강인한 모습으로 언제나 고드윅을 지켜 주었던 제츠학은 또 다시 차가운 도시에 홀로 남겨질 누군가에게 그들의 목소리로 짧은 시간 동안 온기를 줄 수 있는 소중하고 멋진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 2021 헤드윅 고은성 제이민 배우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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